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2주기 추모식이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가족과 삼성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외부 추모객으로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세 아들과 함께 선영을 찾아 고인을 기렸다.
추모식을 마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 인재개발원으로 이동, 사장단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들은 2주기 추모 영상을 시청하며 "새로운 내일을 향해 힘차게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건희 2주기 전·현직 사장단 300명 애도 물결


◆ 김승연 한화 회장, 세 아들과 함께 고 이건희 회장 추도식 참석
이건희 회장의 2주기 추도식은 이날 오전 11시 경기 수원시 이목동 소재 가족 선영에서 엄수됐다. 먼저 한정희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경영진 60여명이 오전 9시30분께 도착해 15분간 고인을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겸 삼성글로벌리서치 고문,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 회장 등 가족들은 추모식 10분 전인 오전 10시 50분께 차량 4대를 이용해 선영에 도착해 30분가량 머물며 고인을 기렸다.
김승연 회장은 아들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와 함께 삼성 외부 인사로는 유일하게 추모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김승연 회장은 이건희 회장을 존경한다는 뜻 2020년 이건희 회장이 별세할 당시 빈소를 찾아 오늘은 슬픈 날이다. 이건희 회장을 형님처럼 모셨다고 말했다.
추모 행렬은 오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삼성 전현직 경영진 300여명이 순차적으로 선영을 찾아 고인을 추모한다.


이건희 2주기 전·현직 사장단 300명 애도 물결


◆ "당신의 도전으로 용기를 얻어" 온라인 추모관도 고인을 기린다
이건희 회장은 2014년 5월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6년 5개월간 투병했으나 2020년 10월 25일 새벽 향년 78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이날 삼성은 그룹 차원의 별도 추모행사를 열지 않았지만 사내에 온라인 추모관을 개설해 임직원들이 추모글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오늘 우리는 회장님을 다시 만난다'는 제목의 온라인 추모관에는 "당신의 도전으로 용기를 얻었다. 당신의 혜안으로 미래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신의 가슴은 매우 따뜻했다.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내일을 향해 힘차게 앞으로 나아간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건희 2주기 전·현직 사장단 300명 애도 물결


◆ '글로벌 삼성' 선도...'인간·기술' 바탕으로 '신경영' 철학 주목
이건희 회장은 1987년 회장에 취임한 이후 삼성을 한국의 삼성에서 세계의 삼성으로 변모시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취임 당시 10조원이던 매출액은 2018년 기준 387조원으로 약 39배 늘었고 이익은 2000억원에서 72조원으로 359배,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396조원으로 무려 396배나 증가했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은 '인간 중시'와 '기술 중시'를 바탕으로 질 중심의 경영을 실천하는 '신경영'이다. 신경영철학의 핵심은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자기반성을 통해 변화의 의지를 갖고 질 중심의 경영을 실천해 최고의 품질과 최상의 경쟁력을 가진 제품·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세계 초일류 기업이 되자는 것이다.
손재영 서울대 교수는 "이건희 회장은 세계화, 디지털화, 지식기반 경제화라는 21세기 패러다임 변화를 예견하고 이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21세기 글로벌 초일류기업'의 원대한 비전을 제시한 비전가"라고 평가했다.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은 "고인은 기업가라기보다 철학자였다"며 "나라가 잘돼야 기업이 잘 된다. 기업은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분명한 소신을 갖고 있었고 그 중심에 인재 양성이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은 천문학적 규모의 사회 환원을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 경영진이 사회공헌을 기업에 주어진 또 하나의 사명으로 여기고 이를 경영의 한 축으로 삼도록 했다.
이재용 부회장 등 가족들도 이건희 회장의 유지에 따라 사회공헌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 미술계 발전을 위해 이건희 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미술품 2만3000여점을 기증하고 감염병 극복 지원, 소아암 희귀질환 지원 등 의료 기여에도 1조원을 기부하는 등 3대 기증사업을 추진했다.




◆ 이건희 회장, 기린 경영진 새로운 내일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겠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과 주요 경영진 60여명은 추모식을 마친 뒤 경기도 용인시 소재 삼성인재개발원으로 이동, 이건희 회장 2주기 추모 영상을 시청하고 오찬을 함께했다.
추모영상은 △미래를 내다본 선구자적 혜안과 통찰 △변화와 혁신을 선도한 과감한 도전 △임직원을 중시한 '인재제일' 철학 △국가와 인류사회공헌 등 이건희 회장의 업적·철학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신경용 강연과 연설문 등 이건희 회장의 육성이 담겼고, 이건희 회장을 회상하는 원로 경영인과 외부 인사들의 목소리도 담겼다. 경영진은 오늘의 삼성을 만든 이건희 회장을 기리며 "새로운 내일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 유일한 부회장 이재용 회장 조만간 회장 취임 결단 내릴까
현재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조만간 회장직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5대 그룹 중 총수가 회장이 아닌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
회장 승진 시기에 대해서도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장 27일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동의를 거친 뒤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인 11월 1일 회장 승진을 공식화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밖에 11월 19일 호암 이병철 창업자 35주기, 이건희 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한 12월 1일, 연말 정기인사, 내년 3월 정기주총 이후 등이 회장 승진 시기로 거론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의 회장 승진 필요성에 큰 무게를 두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 타이틀을 매기기보다는 우선 회사의 각종 현안을 챙기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다만 경영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위기 속에서 내부 결속을 다지고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회장 승진이 필요하다는 내부 목소리를 고려해 결단을 더 이상 미루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해 '회장 승진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회사가 잘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2022년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 고양' 폐회식에서는 취재진의 같은 질문에 반응하지 않고 말을 아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