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파 팔순 잔치 긴장하는 이유?
좋은 날 밖에서 아는 오빠를 만나 인사를 공손히 해야 하는데 바르게 할 아들이 없네.




23일 오후 4시경 부산 중심가의 한 호텔.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던 정장 차림의 반백발의 장년 남성이 불만스러운 듯 이렇게 내뱉었다. 뒤를 쫓던 건장한 남성들이 미안하다는 표정과 맞장구로 박자를 맞췄다.
이 호텔에서는 이날 부산지역 최대 계파로 꼽히는 폭력조직 '칠성파' 전 보스 A씨의 추수감사절이 열렸다. 전·현직 조직원 등으로 추정되는 정장 차림의 남성 수백 명이 모였다. A씨는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영향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칠성파 팔순 잔치


하지만 호텔 로비 앞에서 일렬로 서서 형님 소리를 지르며 허리를 90도 가까이 굽히는 그들만의 인사(일명 깍두기 인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1층 주요 출입구 2곳을 포함해 이 호텔 안팎에는 경찰이 집중 배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1층 로비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동안 3층 연회장 앞 복도에서는 '형님'이라며 '깍두기 인사'가 진행됐다. 당시 3층 연회장에는 A씨의 추수감사절 행사 하나뿐이었다. 경찰은 여기까지 통제하지 않았다.


칠성파 팔순 잔치


연회장 앞 복도 벽면에는 연예인과 '주먹' 출신 종교인 등 유명인의 이름이 적힌 화환이 가득했다. A씨의 80세에는 3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예상대로 팔도 사투리가 뒤섞였다.
이날 오후 4시 20분쯤 휠체어를 탄 A씨가 연회장에 들어서자 입구 부근에서 대기하던 인파가 이어졌다. 이들은 "관심을 꺾어달라" "초대받지 않은 사람들은 나가달라"는 말로 경찰과 취재진에게 퇴거를 요청했다.


칠성파 팔순 잔치


A씨의 산수연은 다행히 반대파 조직원의 난입이나 위화감 조성 등 우려했던 돌발 상황 없이 오후 7시쯤 끝났다. 경찰의 주시와 사전 경고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경찰청은 A씨의 산수연을 파악하고 칠성파 현실력자들과 사전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경찰은 특히 '깍두기 인사' 등의 위화감 조성 등을 지양하라고 경고했다.




지난 8월에는 부산경찰청이 지역 양대 조직인 칠성파와 '신20세기파' 조직원을 무더기로 검거한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1970~80년대 조직된 이후 수십년간 세력 다툼을 벌여온 두 조직은 지난해에도 번화가와 장례식장 등에서 패퇴를 일삼았다. 경찰의 추적으로 73명이 검거됐다. 이들 중 신20세기파 행동대장 격으로 차기 실세로 평가받던 2명이 14일 각각 징역 3년 6월과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사전에 면담, 경고 조치를 취한 것이 효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